말테우리 하르방의 노래




방송일 : 2017년 3월 6일(월) ~ 3월 10일(금) / 오전 7:50~8:25

방송매체 : KBS1-TV

보도자료 문의 : 곽정은 취재작가 (02-782-5555)





제주도 서부 중산간마을 청수리.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숲, 곶자왈에

‘어라, 어라, 어려려려’ 

어디선가 말 모는 시원한 외침이 들려온다.

말들을 불러 모으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찬형(77) 할아버지. 

그는 50년째 말을 모는 ‘말테우리’다.


제주에서는 전문적으로 

소나 말을 돌보는 사람을 ‘테우리’라 부른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제주 각 마을에는 

여러 명의 테우리가 있을 만큼 농사에 꼭 필요한 존재였다. 

소나 말이 할 일을 기계가 대신하다 보니 

말을 키우는 사람도 점점 사라져 가고,

마을에서 유일하게 찬형 할아버지만 남았다. 


제주에서도 몇 안 남은 말테우리... 

제주 고유의 모습이 사라져 가는 것이 아쉬운 

찬형 할아버지에게 큰 위로가 되는 사람, 

바로 큰아들 이봉성(47) 씨.  

봉성 씨는 쉬는 날마다 아버지와 함께

목장에 나와 말들을 돌본다. 

 

말뿐만 아니라 소와 닭도 키우며 

동물사랑에 유별난 봉성 씨. 

그런 남편과 사는 아내 오명순(45) 씨는 

4남매 뒷바라지 하랴, 일하랴 잠이 모자라지만 

새벽부터 축사로 나가 소와 말을 챙긴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말과 함께 해온 찬형 할아버지. 

그가 부르는 노래 소리가

오늘도 곶자왈 안에서 울려 퍼진다.



가난 속에서 시작된 말테우리의 삶




오직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숲 ‘곶자왈’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고, 생태가 그대로 보존된 숲 사이로

15마리의 말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다. 


이찬형(77) 할아버지는 

군데군데 말들이 싸놓은 똥을 보며 말들을 뒤쫓는다. 

살이 빠지지는 않았는지, 다친 곳은 없는지, 또 이탈한 말은 없는지...

매일같이 말을 살펴보는 것이 테우리가 할 일이다.


가난 때문에 찬형 할아버지는 열여덟 되던 해부터 

남의 집 소를 키워주고 대가로 받은 송아지 한 마리로 지금껏 살아왔다. 


더 이상 말이 농사에 필요도 없지만

찬형 할아버진 오늘도 말테우리의 사명을 이어간다.





봉성씨의 못 말리는 동물 사랑  


 




제주시와 성산항을 오가는 버스를 운전하는 이봉성(47) 씨.

4일에 한번 쉬는 날마다 집에 오지만 

쉬기는커녕 목장에 나가 말을 찾고 축사의 소와 닭들을 돌본다. 


작년 여름, 아내의 애원에 소를 전부 처분했지만 

허전함을 몇 달 참지 못하고 소를 다시 사 들이기 시작했다.


가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 동물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그저 동물을 사랑해서 키운다는 봉성씨... 

자신의 꿈인 동물농장은 과연 순탄하게 이뤄질 수 있을까? 




며느리 명순 씨의 수난시대

 



남편의 못 말리는 동물 사랑 때문에 

아내 오명순(45) 씨는 오늘도 새벽잠을 설쳐야 한다. 

4일에 한번 집에 오는 봉성 씨를 대신해 

아침저녁으로 축사에 들러 소밥을 챙겨야 한다. 


소를 키워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버스 운전으로 받은 남편의 월급은 고스란히 

소와 말의 사료 값으로 들어가다 보니 

명순 씨는 4남매 교육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축사를 없애버렸으면 하는 아내의 마음과 달리

오히려 다른 동물들도 키우고 싶은 남편 봉성 씨. 

계속해서 평행선을 달리는 부부의 마음... 

언제쯤이면 한 마음이 될 수 있을까?



# 말테우리 하르방의 노래


평생 살면서 부엌 문지방 한번 넘어본 적 없던 찬형 할아버지. 

2년 전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후론 삼시세끼마다 밥을 짓는다. 

홀아비 살림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만큼 싱크대 주변이 깨끗하다. 


가까이에 아들과 딸도 살고, 며느리도 둘 있지만 

자식들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아 혼자 식사를 챙긴다. 


목장에 나가 말 먹이를 주고 돌아와도

찬형 할아버지에겐 하루가 너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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